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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5



마흔 대여섯의 어머니가 걸어오십니다.

하늘 주름치마에 하얀 블라우스

단아한 어머니가

대여섯 시절의 기다림 속으로

걸어오십니다.




쉰 중반의 어머니가

서성입니다.

가시처럼 뾰족한 수험생 딸에게

커피 한 잔 주시고는

돌아서 나가 밤을 서성입니다.




-여기서부터 저어기 까지 한 10년

공백기입니다.

그 때 저는 스무 살 시절을 보냈으니까요.


예순 훌쩍 넘은 어머니가

낯선 시외버스 정류장을 걸어 나오십니다.

딸네 집에 오시면서

익모초 고은 약을  한 보따리 들고 오십니다.

쓴 약만 자꾸 먹으라니 안됐다 하시면서

안타까운 대문소리 남기고 가셨습니다.




일흔 넘긴 어머니가

휘여휘여 걸어오십니다.

외갓집 와서 아프면 큰일이라고

눈 가득한 텃밭을 뒤져 파뿌리 한 움큼 캐다 주시고는

도 한데로 나가십니다.




그리고 몇 년

어머니는 완연한 할머니가 되어

자리에 누워 딸을 맞습니다.

손끝이며 발끝이며 싸늘한 모습으로

얼굴이며 손등이며 조글조글한 모습으로

오로지 

가슴 속에 난 길만 걸어오십니다.




걸어도 걸어도 줄지 않는

추억속의 길만 걸으며

사랑하는 어머님이 다가오십니다.




2008.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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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6




나의 어머니는

지지리 복도 없으십니다.

꼼짝도 못하고 누워서도

할 일을 머릿속에 줄을 세워놓고 계십니다.




나의 어머니는

지지리 복도 없으십니다.

여든 가까운 삭아빠진 가슴에

오십 넘은 산더미 같은 아들을 묻고 사시니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정말 지지리 복도 없으십니다.

금이야 옥이야 딸을 키웠어도

딸네 집에서 하루를 다리 뻗고 못 주무셨습니다.




늙으면서 어떨 땐 오판도 하시고

늙으면서 육신은 더 작게 삭으러 드시지만

어머님만큼 훌륭한 어머니를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진실로 자랑스러워하는

자식들을 두셨음이

지지리 복도 없는 어머니의

유일한  복입니다.




2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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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7




내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기에

당신을 만났을까요.




봄에 고들삐  씨앗 한 움큼 뿌렸다가

가을에 한 아름 나물 안겨 주시는 당신을

내 복에 어떻게 만났을까요.




전생에 내 얼마나 소중한 빛이었기에

당신을 만났을까요.




밝음에 밝음을 더하여 만나는 순간에

空에 空을 더하여 色이 되는 찰나에

내 얼마나 황홀한 빛이었으면

당신 품에 맺혔을까요.




전생에 나는 넘치는 복덩이였고

전생에 나는 찰랑이는 빛덩이였음을

당신과의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 확인합니다.

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시는 인연

‘어머니’

당신이 주신 소중한 자리

아름다이 지켜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어머니와의 인연이 소중하기에

아름답게 살아야 할 딸이

어머니를 기리며 씁니다.




2008. 10. 13


2008년 솔농원 막내딸 옥이 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