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고개 뒷 목재 작은형 소나무 - 2008년 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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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구리하우스 운영자이자 국형의 셋째 동생 입니다. 작은형을 추억 속에 기억하고 계신분들은 언제든지 솔고개마을에 놀러 오세요. 솔하우스도 있고, 또 올해는 소구리하우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추억으로 언듯언듯 떠오르는 작은형이지만 솔고개마을 뒷 동산에는 작은형 소나무가 여전히 그렇게 그 미소처럼 우리들의 추억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은형에 대한 사랑의 시(詩)... 막내 옥이^^

고개 뒷목재 가는 길에서 옥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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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8

             -서러운 文字




행여라도,

혹시라도,

어머님이 

사는 게

외로움이라 

느끼실까봐

외로움이 

호미가 되어

어머니 가슴을

후빌까봐

말로는 못하고

서러운 文字 를

보냅니다.




어머니

손에 놀던 아홉 살 배기 딸 보고파서

밤마다 가슴을 쓸어내리셨을 텐데

그 그리움 참고 저 위해 유학길 떠나보내신 것

감사합니다.

덕분에 가끔 어머니께

‘니가 대학은 헛나왔다’는 핀잔을 듣긴 하지만,

못 배운 한을 모르고 세상 살고 있으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어머니 저 시집보내실 때 맘껏 못해 주셔서 외할머니 앞에서 우셨다구요. 외할머니는 엄마 보고 그 돈 내가 줄 테니 울지 마라 하셨다구요. 전기세 아까워 백열등 하나도 아끼시던 외할머니께서 피같이 모은 돈을 주신다 하셨다면서요. 예순이 넘어 흘리신 어머니 눈물이 여든 넘은 외할머니 가슴을 울렸고 그날의 울음이 오늘 저를 울립니다. 저로 인해 깊게 울어주셨던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 

어렸을 때 오빠와 싸운다고 소죽 끓이다 말고 뛰어나와 부지깽이로 때리셨지요. 한번은 제가 아빠한테 버릇없이 군다고 이불 꿰매시다 말고 빗자루로 때리시더니 금수산 호래나 물어가라며 집 밖으로 내쫒으셨죠. 그때 겨울밤이었고 빨간 내복바람에 맨발로 쫓겨났었을 거예요. -지금 그 생각을 하면서 저 웃고 있어요. - 자식을 때릴 때는 때리는 부모 맘이 더 아픈 법이지요. 그때 저를 아프게 때려 주신 것, 그래서 제가 오는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 봄 마늘밭에 풀매라고 잔소리 하시기에 마늘밭이 풀밭이 돼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엄마는 손끝하나 대지 마시라고 못을 박았지요. -어머니, 그때 저는 궁지에 몰린 쥐 였기에 어머니를 앙칼지게 물어뜯었습니다. -  그런 제 눈빛 읽으셨기에 나 몰래 못박힌 손으로 마늘밭을 매놓고 가신 어머니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어머니.

시골 할머니로 촌스럽게 늙어가는 어머니.

나도 어머니처럼 촌스런 외양으로 늙어가겠지요.

촌 할머니 행색인데 음성이 교양있고

촌 할머니 행색인데 낯빛이 위엄있고

촌 할머니 행색인데 분별이 뚜렷한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새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리고 행복합니다.

-먹은 맘만큼

다 받아내지 못하니 서럽고

먹은 맘 있어도

그 맘이 스스로 서러우니 서럽고

어머니 향해 먹는 맘엔 ‘어머니’ 석자가 먼저 글썽이니

서러운 文字가 되었습니다.


2008. 11. 5



최병옥
앞에서 두번째 솔고개 뒷동산 국형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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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넋이여 있으소서


그대 넋이여 있으소서


흩어지지도 말고,

스며들지도 말고,

애초 없었다하며 이 그리움 배반하지도 말고,


그대 넋이여 있으소서.


화목했던 웃음에도,

상처 주던 눈흘김에도,

픽석픽석 농담 쏟아내던 그대 음성에도

實存했던 그대 넋이여!


문둥이처럼 참꽃에 숨지도 마시고,

칡넝쿨 엮어 바위 타던

고집 센 소년으로 환생도 마시고,

비로도, 바람으로도, 눈보라 속으로도 스며들지 마시고


오직 본래의 그대 넋으로 實在하여

농후한 석류 속처럼

흥건히 머무소서.

내 속에......


2008. 8. 31



그리움


뭐 똥을 싸게 잘해 주었던 것도 아니예요.


뭐 대단한 꺼리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대구 생각이 날 뿐이죠.


그립다고 뭐 똥을 싸게 죽고 못 사는 것도 아니예요.


그립다고 뭐 숨 안 쉬고 사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두서도 없이 때도 없이 왈칵 올라올 뿐이죠.

무턱대고 떠오르는 그대 이름으로

뜬금없이 나타나는 그대 얼굴로

예기치 않는 곳의 그대 흔적으로


안타까움이 그리움을 부르고

그리움이 애절함을 부르고

애절함이 절망을 부를지라도


내일에 다시 찾아 올 그리움을 위하여

어쩌면 오늘을 견딥니다.

그림움은

그대를

만나는

방법입니다.



2008. 9. 5



이 찬란한 세상을......


보드랍게 늦여름 비가 내리고

짝을 부르는 날갯짓

삐뚜룩 뀌뚜룩 하는 밤.


기약 없이 사는 사람 맘에도

세상은 속절없이 아름답기만 한데

10년이고 5년이고 5개월이고

기약하고 사는 사람 마음에는

얼마나 환장하게 아름다웠을까.


콩은 바싹 여물러 깎지 안에서 딸랑이고

옷깃만 스쳐도 차르르 샤르르 알을 떨구는

들깨향기 온 밭에 진동하는 늦가을.

허여사라 부르던 애닯은 아내와

이눔새끼라 부르던 속 아린 아들을 동행하여

고향집 뒷목재 솔밭에 올라

“이 소나무가 내 소나무여.

잘 바 둬. 꼭 이 소나무여.“

거듭날 소나무 정해주던

쉰 셋의 삶이여.


九折羊腸 굽이굽이 애타는 사연을

초겨울 불길 속에 같이 사르고

소나무로 살아난 사람이여.


그 소나무 숲길에도

이 소리 들리려나.

환장하게 아름다운

이 가을 노래가.



     솔 같은 사람

     솔하우스 주인장을 그리워하며


2008.8.31



바람 붑니다.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날라는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내 앙상한 어머니는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남편을 인생에 묻은

내 젊은 형님을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아버지를 추억에 묻은

내 어린 조카들은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얼기설기 얽힌 핏줄의 인연을

얼기설기 자란 소나무 뿌리에 묻고 돌아선

우리는 어띠 살라하고

비올 바람 부나요.


바람 붑니다.

비올 바람 붑니다.

崔炳國松마져 흐느껴 울면 어찌하라고

비올 바람 부나요.


말려도

끝내

축축한

바람

붑니다.



2008.8.13


2008년 솔농원 막내딸 옥이 詩